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피 냄새가 훅 끼쳐 들어왔다. 덜걱거리고 철걱거리는 사슬갑옷과 겉갑옷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성큼성큼한 걸음 소리도 들려왔다. 파라미르는 황급히 안쪽 방에서 달려 나와 방금 돌아온 그의 아내 에오윈을 맞이했다.
“.......어땠어?”
에오윈은 묻는 말에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분을 누르지 못한 형형한 눈빛이 집 허공 이곳저곳을 헤집고 먼지가 끼어 부스스한 머리카락이 시커멓게 피가 엉겨붙은 갑옷 위로 이리저리 뒹굴었다. 그러다가 결국 부엌께로 가서 물을 한잔 가득 따라 들이키고, 다시 한 잔 더 따라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식탁 모서리 께의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숨을 골랐다.
“망할 새끼들”
거칠은 발음의 로한어 욕설이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에오윈은 이를 득득 갈면서 말했다.
“개새끼들, 한참 농가를 습격하며 분탕질이며 노략질을 하다가 냄새를 맡자마자 뿔뿔이 흩어져서 제대로 씨를 말리질 못했어.”
오르크들 때문에 폐허가 된 마을이 벌써 여럿이었다. 초가을이라 한창 곡식이 여물고 추수를 앞두고 있었는데 이렇게 오르크들이 휩쓸고 다니면 나라의 재정에 지장이 갔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명 그냥 지나치면 메뚜기떼처럼 수가 불어나 다시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었다. 무엇보다 겁먹은 농민들이 그 땅에 다시 돌아오려 하지 않는다는 게 장기적인 문제거리 였다.
“곤도르에 오르크를 오랫동안 추적한 레인저가 있으니 부탁을 해 보는 게 어때, 아무래도 흩어졌다는 말을 들으니 모이는 장소를 따로 마련해놓고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것 같은데.”
차분하게 설득하는 파라미르의 말에 에오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로한의 기마대는 숨어 추적하고 무엇인가를 캐내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곤도르의 엘레사르 왕 아래에는 오랫동안 황야에서 오크들을 추적해 온 두네다인을 포함한 레인저들이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었다. 에오윈은 살짝 눈을 찡그리며 웃었다. 늦게서야 아내의 웃음을 보고 파라미르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에오윈이 결혼해서 곤도르 이실리엔에 있지만 로한 왕가로써 의무를 계속 이행하고 있다면.... 이란 가정하에 쓴 것.